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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PD가 보는 황우석과 대중이 믿는 팩트

by At Information Technology 2011.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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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 있어 팩트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가 반면 부풀려져서 사실과 거품이 가정사실화 된 채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철저하게 장악된 언론에서는 더욱 그렇다. 물론 기자들이 보고 쓰는데 있어 잘못된 사실을 적을 수는 있다.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라는 것을 범할 수도 있다. 그런데 도의적으로 사실을 기피한 기사를 보면 왜곡된 보도내용이 마치 팩트처럼 많은 대중들한테 전해지고 있다.



이번 강호동 사건을 보며 나는 다시 한 번 언론의 힘과 힘없는 과학계를 다시 떠올렸다. 일개 블로거가 메타블로그를 통해 입지를 넓힐 수밖에 없듯이 과학계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연구 성과가 알려지기 위해서는 언론을 통해 보도되어야 하고 언론은 이 과정에서 국내 최초의, 세계 최초의 라는 수식어를 남발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나는 국내 언론과 과학의 관계, 더불어 황우석 및 나노 사태에 대해서도 한국의 문제점을 아프게 꼬집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참된 팩트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언론은 아니다. 특히 과학계의 소식을 접하면서 언론은 참으로 위험한 것이다. 팩트에 대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는 기자만 알 뿐 기사를 읽는 대중은 아무 것도 모른다. 기사에서는 최근 소식이 어떤지에 대해 알 뿐 기자의 생각까지 팩트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정화과정을 거치지 않고 언론에서 보도되는 기사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저 질문에 답을 하자면, 나는 책을 읽으라고 권유하고 싶다. 그 분야의 지식이 얕을수록 말이다. 언론에서 뜬소문을 토대로 하여 기사를 쓴다면 책은 언론보다는 신빙성 있는 기관의 말이나 재판 결과 등을 토대로 쓴다. 아, 물론 책에 있는 사실을 받아들여 완전히 자신의 생각처럼 말하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근래에 나도 이 잘못을 저질러 큰 잘못을 저질렀으니 말이다. 다만 팩트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문득 무한도전을 보니 스피드 특집이 우리에게 주는 팩트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는 김태호PD에게 박수를 보냈다. 단순한 블록버스터 예능특집인줄 알았던 스페셜 무한도전이 독도 특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속으로 감탄에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유능한 PD라 불릴만하며 나는 뭔가 한편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었던 찰나 내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바로 노광준 이라는 시골PD가 쓴 ‘황우석 이야기’ 이었다.

사실 나는 황우석 박사라는 인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다. 6년 전 그가 사기꾼이라는 보도만을 찰떡같이 믿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입장을 바꾸고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을 색다르게 하여 황우석이라는 인물과 황우석 사태에 재조명을 하여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길잡이 역할을 해준 책이 바로 ‘황우석 이야기’ 이었다. 시간이 지나 사기꾼이라는 명함을 달고 다니는 황우석 박사의 어두운 면에 대해 빛의 한 줄기와도 같았던 책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는 경어체로, 이 책의 본문은 평어체를 사용한다. 자연스레 방대한 분량이 쓰인 평어체보다 간결하면서도 경어의 어투로 표시된 프롤로그에 눈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프롤로그에서는 과학계에 많은 관심이 없더라도 저녁에도 빛을 만들어 낸 에디슨 박사에 대한 짧은 이야기였다. 재미있게도 에디슨이라는 인물에 대한 위인전과는 달리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한 재미있는 말로 책의 내용을 전개한다.

에디슨은 한때 사기꾼으로 몰렸습니다. 연구는 실패를 거듭했고, 영국의 한 학자는 그가 에너지 법칙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 같다면 비웃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에디슨의 전구는 멘로파아크의 밤을 환히 밝히며 세상을 바꿨고, 이후 에디슨은 “사이언스” 창간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를 시작하며 책의 서두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내었다. 책의 흐름은 흥미로움을 유발하여 읽게 하는데 있다. 생명공학의 진실과 투쟁에 대해 그 다음 이야기가 꺼내어지더니 생명공학의 꽃이라고도 볼 수 있는 줄기세포와 황우석 박사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재미있게도 내가 황우석 박사를 스티브 잡스에 비유하였더라면 책의 저자는 에디슨이라는 인물에 비유를 하였다.



이 책에서는 과학의 요체에 대해 매섭게 지적을 하였다. 과학의 요체는 재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읽는 이로 하여금 강하게 어필하였다. 근간 유행하고 있는 ‘빛 보다 빠른 물질’에 대해서도 과학의 요체를 잘 살려 아인슈타인의 전설에 맞서려는 것처럼 말이다. 전설에는 맞설 수 있는 과학의 요체가 이상하게도 황우석 연구팀에 대한 사실을 재조명하기 위해 서울대 조사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하여 요체라는 자체를 거절하였다.

책의 제목과 프롤로그를 보면 상반된 내용의 전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제목은 황우석 이야기인데 프롤로그에서는 에디슨과 황우석 박사를 같은 열에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프롤로그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보면 글의 재료는 양념된 기사가 아닌 아무것도 손대지 않은 날 것으로 책을 지었다고 언급하였다. 저자 자신도 PD이므로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약간의 주관적인 입장이 포함될 수 있으니 황우석 진실이 아닌 황우석 이야기로 책의 이름을 지었다고 하였다.

이 책은 언론과는 다르게 정 반대의 입장에서 황우석 박사를 바라보았다. 황우석 박사에 대해 사적인 우호적인 관계도 아니며 그를 두둔하려는 책도 아니다. 다만 저자는 황우석 박사와 관련된 일에 대해 보도내용과 그에 대한 진실을 우리에게 알리려 노력을 하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황우석 박사와 관련된 일화가 와 닿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실처럼 믿고 있는 언론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 저자의 모습은 나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출처 : 뉴욕타임즈)

“내 아들이 황우석 교수에게 ‘박사님, 저를 다시 일으켜 걷게 해줄 수 있나요?’ 라고 묻자, 그는 ‘너를 다시 걷게 해줄게, 약속하마.’ 라고 대답했다.”고 아버지 김 목사는 말했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뉴욕타임즈의 보도는 엄밀히 말해 잘못된 사실이었다. 저자는 보도내용의 거짓을 밝히기 위해 목사와 아이의 이야기를 옆에서 들은 가천의대 길병원의 신경외과 전문의 이 언 교수를 만나기도 하였다. 저자와 그가 같은 자리에 있으며 저자는 그에게 뉴욕타임즈의 기사가 이런 식으로 보도되었다고 하고 이 교수로부터 취재한 내용을 책에서 엿볼 수 있었다. 취재내용을 간추리면 아래와 같다.

황 박사의 성격과 그의 스타일을 보자면 그는 보도내용과 같은 -소위 일컫는- 허풍을 떨지는 않는다. 설령 황 박사가 저런 말을 하였다 하더라도 아이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는 아이의 체세포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 임상단계도 아닌 연구가 부모님과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도 않았는데 어떤 부모가 그 동의를 하였겠는가? 이를 흔쾌히 승낙할 부모는 있을 수 없다.

대개 저자의 책 흐름은 이런 식으로 진행되어 간다. 그는 황우석 연구팀과 그에 대한 잘못된 보도를 하나하나 언급해가며 불량한 팩트임을 책으로 보는 이들에게 보란 듯이 자체적인 검증을 하였다. 난자기증과 PD수첩, 그리고 황우석 박사가 가진 100억 짜리 농장과 같은 불량 보도에 그는 칼을 빼들었다. 이 책으로 왜곡된 사실과 손대지 않은 진실의 공방 끝에 결과적으로는 프롤로그의 날 것으로 승리를 거두게 된다.

▲사진에 나온 추적60분은 본 글의 내용과 아무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이를 보아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려는 한 가지 사실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일전에 내가 작성한 ‘국내 과학은 언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가?’에서 다루었듯이 저자는 황 박사와 관련된 보도를 하나하나 언급해가는 정성까지 보이며 언론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내가 포스팅으로 과학계의 언론에 비관적인 평을 내렸더라면 이 책의 저자는 언론을 통해 제 2의 황우석이 우리나라에 나올 지도 모르는 위험한 경고까지 함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단순히 이 책은 양념된 요리와 날 재료의 싸움을 붙인 책일까? 아니다. 나는 여기서 내가 예전에 작성한 포스팅과 책의 공통점을 언급하고자 한 가지 결론만을 언급한 것뿐이다. 보도내용에 대한 비판을 하였다면 이번에는 황우석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대한 검증을 샅샅이 하였다. 특히 논문조작과 관련된 일을 단순히 보도내용이 아닌 책으로 다시 보면 한 낱 앞뒤도 없는 팩트가 아닌 철저한 인과관계로 논문조작과 관련된 일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출처 : 서울중앙지검)

황우석, 김선종을 상대로 줄기세포 섞어심기 공모 엽에 대하여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실시한 결과, 김선종이 단독으로 섞어심기 하였고 황우석이 공모하지 아니하였다는 답변에 모두 진실반응이 나옴, 아울러 황우석은 배양 부분에 관한 한 김선종을 자신의 ‘선생님’ 이라고까지 진술. 서울대 연구원들은 김선종의 배양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알고 ‘신의 손’이라고 평가함.

여기서 저자는 황우석과 미즈메디의 잘못을 확실히 하기 위해 객관적인 자료를 내세워 대중을 설득시키고 있었다. 수정란 줄기세포를 도표화 하여 황우석 박사팀과 서울대 연구소의 검사 결과가 모두 일치함을 알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추리능력을 발휘하여 저자는 미즈메디 보관소와 서울대 연구팀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인물이 줄기세포와 논문조작 범인으로 지목하였고 결과는 미즈메디와 관련된 핵심 인물들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황우석 박사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일개 블로거인 나조차도 그와의 사감도 없는데 괜히 그를 두둔하려는 글을 쓰기는 싫다. 평론 블로그를 운영함에 있어 사적인 것과 지나치게 감성적인 것은 금물이기 때문이다. 황 박사의 논문조작 지시는 교수로서는 해서는 안 될 일이 분명하였다. 이는 엄연히, 명백히 잘못 된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저자 또한 나와 같은 시선으로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을 바라보았다. 책의 내용을 일부 인용해본다.

줄기세포에 대한 확고한 믿음 -> 실험실 오염사고로 8~9개 세포 죽음 -> 섀튼의 논문강행 -> 논문일정 맞추려 -> 황우석 교수는 줄기세포 개수와 DNA 지문분석 결과, 테라토마(기형종) 형성, 배아체 형성, 면역적합성 결과 등 각종 데이터를 조작하도록 연구팀에 직접 지시

중요한 것은 황우석 박사가 논문조작까지 도의적으로 지시를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미 미즈메디의 김선종 연구원으로부터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데 강한 믿음을 가졌기 때문이다.(재판 전 황우석 박사는 김선종 연구원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대중들의 관심과 많은 외압이 두려워 황 박사는 논문조작이라는 극단의 지시를 내렸다.



그런데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은 황우석 박사를 사기꾼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줄기세포의 강한 믿음과 연구원에 대한 두터운 신뢰가 먼저 황우석 박사를 배신하고 말았다. 그리고 논문조작 지시의 책임은 황 박사보다 국내 언론에 그 책임이 더욱 크다. 이미 내가 예전에 언급한 황우석-나노 사태에서 “결과만을 중요시 하는 한국의 한계” 에 대하여 지적하지 않았는가? 황 박사는 학자로서 논문조작에 대한 책임을 지고 스스로 교수직을 내려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였다. 언론에서 책임지지 않은 문제를 황우석 박사가 혼자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이 블로그에서 언급한 황우석 사태에도 불구하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보도내용에 대해 논문조작과 같은 잘못된 팩트로 황 박사를 비난하고 있다. 언론이 만들어낸 소설은 수필로 받아들여져 연구비 횡령과 같은 근거 없는 추측만이 맴돌고 있다. 그 와중에서 이에 대해 비판하려는 글을 보면 비난의 화살은 자연스레 글로 향해 쏘아진다. 어떠한 사실 확인도 없이 말이다.

분명히 말해 나는 평론 블로거이다. 평론 포스팅의 생명은 논리적인 구조이다. 사적인 것이나 감정적인 것은 올바른 평론이 아니다. 그것은 자기 생각에만 머무르는 것이다. 따라서 글을 쓰기 위해서는 근거 있는 사실을 위주로 한다. 내가 일전에 작성한 황우석과 스티브 잡스에 관한 글도 마찬가지이다. 황우석 박사는 이미 그에 대한 책임을 지었고 그의 일 처리 능력이나 리더십으로 보아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과 함부로 견주어보았던 것이다.



따라서 나는 무비판적인 언론보도의 수용과 거짓팩트를 사실화 하는 것에 대해 경계를 하라는 말을 여기에서 다시 강조하고 싶다. 그러나 ‘거짓팩트와 사실팩트의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나겠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노광준PD가 쓴 ‘황우석 이야기’를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특히 황우석 사태의 진실과 생명공학에 많은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책을 읽음으로 하여 거짓과 진실에는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는지, 또한 어떠한 사실로부터 비판적으로 내용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에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PD가 보는 사실과 대중들이 믿는 팩트가 다른 것인가? 아니다. 단지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을 뿐이다. 자칭 시골PD라 하는 사람이 많은 대중들의 팩트를 책 한 권으로 깨트렸다.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과학 평론 블로거로서의 당부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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