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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스스로 사악함을 자청하였는가?

by At Information Technology 2012.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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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건 판단하기가 쉬우나 보이지 않는 건 판단하기가 어렵다. 전자의 예로는 결과물이, 후자의 예로는 노력이 적합할 듯하다. 아무리 노력을 하여도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확인이 불가능하고 노력의 성실성을 따지기 위해 눈으로 결과물을 확인한다. 좀 더 나아가자면 우리사회에서는 알아주는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스펙을 쌓는데 많은 노력을 한다. 여기서 보여주는 결과물은 당연히 스펙이다.


그래서일까, 사회에서 무엇을 논할 때 즉 평론을 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보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위주로 판단하기가 쉬운 것일까? 근래에 애플의 하청업체 폭스콘에서 벌어진 한 일화가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평소에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으로 칭찬받던 애플이었으나 미국에서 아이폰이 만들어질 수 없는 일화가 삽시간만에 퍼져나가면서 애플은 사악한 기업으로 전락해버렸다. 눈에 보이는 폭스콘의 실태로 애플을 재해석하고 말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애플과 폭스콘에 대해 그와 관련한 기사를 하나 인용해본다.[1]


"애플 임원은 잡스의 지시 직후 중국 선전으로 날아갔다. 잡스가 요구한 조건을 충족시킬 곳은 그곳뿐이었다. 애플은 코닝을 유리부품 공급사로 이미 선택해놓은 상태였지만, 양산에 필요한 공간과 테스트, 중간 숙련도의 기술진 등의 조건을 코닝이 만족시킬 수 없었다. 애플 임원이 만난 중국 업체는 이미 새 건물을 짓고 있었고, 테스트에 필요한 샘플과 기술진을 거의 공짜로 쓰게 해줬다. 이 업체는 공장 기숙사가 있어 24시간 아무 때나 작업을 시킬 수도 있었다. 애플은 이 회사와 계약했다. (중략) 이 일화를 밝힌 애플 전 임원은 “빠르기와 유연성이 놀라울 정도였다”며 “미국엔 이에 맞설 수 있는 공장이 없다”고 단언했다."


애플은 한 번에 많은 부품을 구매하여 원가비용을 절감하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등 애플의 여러 제품을 판매하여 이윤을 남긴다. 애플과 폭스콘의 관계 또한 비슷하다. 노동인력을 납품과 비교하는 것이 모순이 될지 모르나, 애플은 노동인력비용을 절감하기 위하여 노동시장을 찾았고 애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여러 노동 하청업체 중 눈에 띄는 회사가 있었다. 바로 폭스콘 이었다.[2]



그런데 막상 이제 와서 애플과 폭스콘에 대한 일화를 보니 몇몇 의견 중에 ‘애플은 사악한 기업이다’, ‘애플은 혁신적인 기업이지만 도덕적인 기업이 아니다.’ 등이 있다. 이와 같은 부류의 의견을 찬성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사실 폭스콘을 비롯한 여러 애플 하청업체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다고 지적을 받아왔으며 지난해 하반기에는 아이패드2 공장사고 까지도 폭발한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3] 새삼스레 봇물 터지듯이 쏟아지는 비난여론에 대해 굉장히 회의감을 가지게 되었다. 마치 애플이 스스로 사악한 기업임을 자청했다는 듯이 말이다.


나를 놀랍게 만든 사실은 위에서 인용한 기사 외에도 다른 신문사의 여러 뉴스를 보면 하나 같이 비슷한 성격의 글이 기고 되어있다. 대부분의 기사는 폭스콘이라는 기업에 대해 어떠한 부연설명도 없이 ‘폭스콘은 애플의 하청업체이며, 폭스콘의 유연성은 선진국의 노동환경에서 절대적으로 나올 수 없는 것’의 형식으로 전개된다. 어쩌면 이 부분이 대중에게 혼란을 가속시킨 게 아닌가 싶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출시가 임박하기 직전 애플이 폭스콘에 96시간 노동을 강요하였으므로 대중은 애플을 사악한 기업으로 생각할 것’이 나의 가설이다.



그런데, 아까 폭스콘의 일화를 소개한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 내가 회의적으로 생각하였던 부분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한 문장을 인용해보자.[1]

"2009년 5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래 직장의 변화’로 ‘빠른 속도와 높은 유연성, 그리고 높은 스트레스’를 예고했다. 생존을 위한 속도와 유연성이 높은 스트레스로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꽤나 신빙성 있는 발언으로 기사의 마무리를 매듭지었다.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해보자. 사실 폭스콘은 애플의 제품만을 만들어 납품하는 기업이 아니다. 삼성과 같은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의 노동력을 담당하고 있는 거대 노동인력 기업으로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꼭 애플의 제품이 아니더라도 삼성의 제품이 출시임박 시기가 다가오면 폭스콘은 또 다시 前 애플 임직원이 자랑스럽게 여겼던 유연성으로 물량을 확보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애플과 삼성 이외에도 여러 스마트폰 제조사의 전쟁도구로 속도와 유연성을 요구할 것이다. 제품의 질이 좋아도 속도와 유연성에서 밀린다면 싸움은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렇다면 생존을 위한 속도와 유연성은 무엇에 빗대면 좋은가? 바로 신제품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욕망과 결부시킬 수 있다. 이런 욕망이 없다면 심화된 스마트폰의 경쟁을 할 필요도 없으며 폭스콘의 직원이 96시간동안 근무를 할 필요도 없게 된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스스로를 희생하지 않는 한 아이폰은 미국에서 만들 수 없다고 본다.[4]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애플은 과거에도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자신을 희생하여 이윤을 줄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애플은 사악함을 스스로 자청하지도 않았다.

단순히 애플을 변호하려는 글을 쓴 게 아니다. 애플이 나쁜 기업이라고 생각하기 전에 어째서 애플이 사악하다고 생각하는지 한번쯤 생각해보자. 아이폰이 출시가 되기 바로 직전 어째서 폭스콘의 직원들이 96시간동안 근무를 해야 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건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에 열광한 사람들의 마약 같은 환상에서 빚어진 일이 아닐까?





[1] 기사원문 바로가기
[2] 애플의 하청업체는 폭스콘 이외에도 더 있다.
[3] 기사원문 바로가기
[4] 해당 포스팅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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