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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배워서 아무데도 쓰지 못할 학문인가?

by At Information Technology 2011.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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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종 페이스북을 사용한다. 블로그는 공적 미디어로 운영한다면 페이스북은 지나칠 정도로 사적인 미디어를 운영한다. 이공계열 출신인 나로서는 평소에는 페이스북을 즐겨도 내가 즐겨보는 분야의 이야기가 보인다면 그것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때로는 진솔한 이야기도 나눈다. 페이스북을 하면서 푸념과도 같은 재미있는 대목을 볼 수 있었다. 수학은 배워서 무엇에 쓰냐는 것이다.




물론 나와 출신배경도 다르고 하니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주로 종사하는 업에서 수학이 쓰이지 않는다면 그저 간단한 셈 이외에는 심오한 수학의 세계를 완벽히 통달할 필요도 없다. 보통 이 같은 사람들은 수학 무용론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가 활동하고 있는 블로그 세계에서 수학과 관련된 블로그는 찾아보기 힘들다. 자칫하다간 많은 사람들이 수학의 중요성을 알지 못하여 모두가 무용론을 주장할 것만 같다.

수학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고 내가 회의감이 적지 않게 들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줄곧 수학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려 하였으나 마땅히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영감을 받지 못하여 계속 미루고 있었다. 그러나 수학의 실용성을 주장하는 나로서 지인으로부터 수학 무용론을 듣게 되자 오늘에서야 비로소 글을 쓴다. 재미있게도 필자가 이런 생각을 가질 즈음에 흥미로운 기사를 접하게 되었는데 기사 내용의 중간 부분만 인용해서 언급하겠다. (출처 : 가디언, 원문 핵심 요약)

수 년 내에 EPSRC의 예산 삭감 예정으로 볼 때, 이 기관에서는 오직 유일하게 연구하고 있는 연구원들에게만 연구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젊은 연구자들이 박사 학위를 마친 후 자신의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말이다. Burt Totaro에 따르면 기하학, 유체역학과 같은 주요 과목에서의 연구원들은 예산 삭감으로 더 이상 자신의 연구를 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영국의 수학 커뮤니티와의 어떤 의사도 없이 예산 삭감을 하였다고 주장하였으며 수학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여 그들의 행동은 무모하다고 밝혔다.


▲사진출처 : 가디언



쉽게 말해 영국에서 수학에 지원되는 연구비를 대폭 줄였다는 것이다. 기사의 문맥상으로 보자면 그 이전에는 이공계 우대로 영국에서는 과거에 수학과 관련된 연구원들에게 많은 연구비가 지원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아무런 협의 없이 연구비를 줄여버린 것이다. 덧붙이자면 이공계열의 양성 규모를 축소한다는 방침과도 같다. 어째서 갑작스레 수학과 관련된 학문의 연구에 대한 투자가 중단되었는지 의아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이들이 예산 삭감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수학이라는 학문을 그저 수학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저 수학 하나만 가지고 다른데 유용하게 쓰기가 쉽지 않아서 예산 삭감을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영국의 수학과 관련된 학계에서 내린 결정이 아니다. 수학과 관련된 학문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수학에 투자되는 예산은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아까워 보일 수밖에 없다. 어찌되었든 수학에 대한 예산 삭감으로 영국에는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까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영국과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줄곧 계속 이어져왔다. 몇 년 동안 이공계열에 대한 미지근한 반응만 있었을 뿐 수학과와 같은 곳에는 어떠한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연스레 대학에서도 수학과를 나온다 하여도 학과와 관련된 업을 찾기는 한국에서 매우 힘들다. 기껏해야 학원 강사가 되는 정도이다. 그렇다고 하여 기하학과 같은 학문을 연구한다고 하여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려는 의사도 없고 외부로부터 어떠한 투자도 없다. 결국엔 수학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체 제자리걸음만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수학이라는 학문은 어째서 중요한 것일까? 사실 수학은 과학과 더불어 공학, 기술에도 기반이 되는 기본적인 학문이다. 경제와 같은 부분에서 수학은 현대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학문이다. 더 많은 양질의 사회에서 수학은 그 빛을 발휘하고 경제와 더불어 기업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사의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특히 구글에서는 유능한 수학자를 찾으려고 온갖 노력을 한다. 이쯤 되어도 수학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수학을 직접적으로 체험하지 않을 뿐 실제로는 간접적으로 수학을 체험하고 있다. 예컨대 알고리즘을 기본으로 하는 보안 체계부터 스마트폰과 타블렛의 통계 자료까지 모든 것을 수학으로부터 시작하는 셈이다. 하물며 애플의 디자인에서도 볼 수 있는 황금비율도 결국에는 수학적인 비밀이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수학은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유용함을 구글과 같은 기업한테도 크나큰 이점을 주고 있다.

여기까지 글을 읽었다면 다소 앞뒤가 맞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에서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수학의 중요성만을 언급하였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수학에 관심이 없거나 그저 셈을 필요로 하는 많은 일반인들한테는 수학의 세계를 구경할 필요는 없다. 수학자들의 이야기는 일반인에게 다른 나라의 말로 들릴 뿐이다. 그럼에도 일반인이 수학의 중요성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논리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수학의 특징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 하여 한 교수가 수학 평론을 한 부분의 몇 구절을 인용해본다. (출처 : 바로가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아의 정문에는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들어오지 마라 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플라톤은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이 통치해야 한다는 이상국가론을 주장했는데, 여기서 관건이 되는 것은 어떻게 교육해 지혜를 사랑하는 사람을 길러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플라톤에 따르면 수학은 허상의 세계에 매여 있는 사람을 진리와 실재의 세계로 인도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학문이다. 그래서 국가를 통치할 사람은 20세부터 30세까지 10년 동안 수학을 공부하도록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현재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과장되게 들리지만, 플라톤은 정치를 할 사람은 수학이라는 학문에 배어 있는 진리에 대한 사랑, 사고의 치밀함과 엄정함, 정직하고 올곧은 품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플라톤의 얼마나 멋진 철학인가! 수학이 가진 논리로 일상에서도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나름의 진리를 그의 철학으로 만들어버렸다.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도, 수학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에게도 수학의 유용한 특징을 알려줌으로써 일반인을 상대로 수학을 반드시 배워야 하는 이유와 수학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아울러 수학이 결코 수학자들만의 세계가 아니라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자리에 위치한 수학에 대해 모두가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그리고 특히 간단하게나마 수학의 중요성을 알아야 할 특별한 일반인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높으신 분들 말이다. 플라톤의 이념대로 간단하고도 의미 있는 수학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그들이 비로소 수학의 중요성을 깨달음으로, 죽어가고 있는 우리나라 수학과 연구원을 다시 살려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IT와 BT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정부는 좋은 취지의 방향을 잘 살려내어 기초가 될 수 있는 수학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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