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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폭력의 원인? 중요한 점은 왜 놓치나?

by At Information Technology 2012.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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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 나오는 한 대목을 인용해보자. 조조가 식량을 아끼기 위해 금주령을 내리며 ‘술은 망국의 근원이니 금해야 마땅하다.’고 하자 공융이 “하늘에는 주성이 있고 땅에는 주천이 있으며 인간 세상에는 주덕이 있는데, 어떻게 술을 금할 수 있겠습니까? 자고로 여인은 망국의 원흉이라 하는데, 왜 여인은 금하지 않으십니까?”


조조의 입장에서 공융의 태도는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대권을 거머쥔 조조가 자신의 정치적인 방향에 반하여 행동하면서 지식이나 학문에 있어 논리적으로 조조보다 앞선 공융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일에 있어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려 했던 조조였으나, 공융은 명제의 오류를 완벽하게 지적하였다.




근래에 중,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온라인 게임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1]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온라인 게임 규제안으로 "학생들이 게임을 2시간 하면 10분 정도 접속이 끊어지는 '쿨링 오프'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학생들의 하루평균 게임시간은 46분으로 핀란드 10분, 미국 25분보다 지나치게 많은데 게임업체가 게임중독 해결에 나서도록 법제화해 의무화하는 방안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략)


유희정 서울대 교수는
"게임 중독에 빠진 아이들은 주의력결핍ㆍ과잉행동장애(ADHD) 등 '공존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조기에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과부가 온라인 게임을 학교 폭력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보는 데에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이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에서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한 직접적 동기는 온라인 게임 '메이플 스토리'였다. 게임 중독 전문가들은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폭력적인 온라인 게임에 중독돼 뇌의 전두엽에 손상이 와 정상적인 도덕적 판단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 기사의 내용은 TV의 방송과 같은 여러 매체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기사 및 그 외의 여러 매체에서는 같은 내용의 주장을 하고 있다. 한 문장으로 요약해보자면? ‘온라인 게임을 학생들이 많이 하므로 학생들의 뇌의 기능에 사회적인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이는 학교 폭력의 주된 원인이 된다.’ 얼핏 본다면 이 문장이 옳은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노트북에 이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IT기기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에 와 닿는 대목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위에서 인용한 기사는 식량이 부족한 조조의 핑계와도 같다. 명제의 오류를 지적하는 나를 공융에 빗대어도 좋다. 기사를 포함해 대다수의 매체에서 보도하는 온라인 게임과 학교폭력의 관계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전개된다.



학생들이 온라인 게임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음 -> (게임에 많은 시간을 소비를 하면 게임중독) -> 게임중독이 된 학생들의 뇌 기능이 저하됨 -> ADHD같은 질환을 가지고 도덕적인 판단을 못하므로 학교폭력으로 이어짐


이 논리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온라인 게임을 오래하는 학생은 학교폭력의 주된 주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뜻을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다. 이러한 논리를 단번에 타파할 수 있는 예를 들어보자. 프로게이머는 도덕적인 판단을 못하며 대인관계를 원활히 할 수 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인가? 그렇다면 온게임넷을 통한 스타 프로리그는 부적절한 영상매체로 전락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온게임넷이 없어졌는가? 아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문화의 한자리로 자랑스럽게 남아있다.



온라인게임이 학교폭력의 직접적인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이번 사건이 온라인 게임에 의해 폭력사건이 발생한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온라인게임이 폭력의 소재인 것은 어불성설이다. 만일 21C 온라인게임이 나타나기 전에 과거에 발생한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설명할 것인가?


차라리 이번 사건을 단순히 온라인게임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것이 아니라 어째서 온라인게임이라는 소재가 학교폭력까지 이어졌는지, 효과적인 재발 방지법은 없는지 그 점을 부각시켜 주었으면 좋았을 뻔하였다. 간단히 생각해보자. 계정 해킹에 있어 보다 확실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게임사의 책임을 추궁하는 한편, 온라인게임을 소재로 착취와 유사한 행위가 준사회집단 학교에서 ‘폭력’의 결과물을 낳았고, 덧붙여서 사회적으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을 집중취재 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이 온라인게임이 학교폭력의 주된 원인인지 아닌지를 명백하게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나는 위에서 게임의 부정적인 역기능을 토대로 준사회집단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사회적인 문제로 까지 끌어내보았다. 이런 점을 설명하지 않고 무작정 게임을 규제하려는 교과부와 여성부에 다시 한 번 질문을 하고 싶다. ‘한국의 IT 발전방향, 문화는 어디 있는가?’ 게임에서 파생되는 역기능을 개선해야할까, 아니면 게임자체를 규제하는 것이 옳을까? 판단은 독자 여러분께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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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의 IT 발전방향, 문화는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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