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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우렁이 농법, 완벽한 설계 오류

by At Information Technology 2015.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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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링크)


친환경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하여 환경부에서 꽤나 머리를 썼나보다. 왕우렁이를 이용한 농법이 등장하여 시중에도 우렁XX가 포함된 식재료를 파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보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무농약을 선호할테고, 자연스레 친환경 농수산물을 찾고 또 이런 것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정부에서는 매해 어마어마 한 양의 우렁이를 논에다 뿌리고 있고, 또 그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추적 60분에서 왕우렁이 농법의 실태파악에 나섰고 왕우렁이 농법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왕우렁이가 농민에게 도움을 주기 위하여 잡초 등을 먹는 것 까지는 좋으나 벼, 미나리 등 재배하는 작물들까지 먹어 정상적인 농사가 힘들어 진 것. 또한 겨울철을 나면서 동면에 성공하여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것은 물론이고, 왕우렁이의 배설물이 하천, 강의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어째서 우렁이 농법을 권장했었던 것일까? 벼를 먹어치워버리는 부정적인 측면은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일까? 필자의 생각으로 수심 3cm 이하의 경우에 우렁이가 벼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특성을 이용하여 '수심 관리'만 잘해줘야 하는 전제 조건을 붙이고 그대로 농가에 적용을 시켜버린 듯 하다. 농사에 도가 튼 농민이라면 그 정도의 수심은 조절할 수 있을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이런 '어림잡아 짐작'조차 없었다면 부정적인 측면을 배제했었을 가능성이 높다.

 

어떤 방법을 생각했었든 공통점은 한 가지 있다. 왕우렁이 농법은 완벽한 설계의 오류를 범한 것이다. 소비자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무농약과 친환경적인 방법을 강조하기 위해 오직 순기능적인 측면만을 생각한 설계였던 것이다. 역기능적인 측면을 '조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이의제기를 할 수 있었던 기회는 분명히 존재하였을 것이고 그렇다면 '세계 유해 100종 생물'에 등록된 왕우렁이를 우리나라 논에 뿌리는 사단은 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왕우렁이 농법의 부작용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수습하기 힘들게 번져나간 왕우렁이의 번식을 억제하고 제거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강구해야한다. 여기에 덧붙여 여러 분야에서 같은 방식의 설계 오류를 범하고 있는건 아닐지 정부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환경분야가 아니더라도 재료분야에서 보자면 리버티호의 파괴와 같은 설계 오류도 심심하지 않게 찾을 수 있기에, 우리 사회에서 혹 positive 한 방향의 설계만을 고려하는 것은 아닐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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