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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과학은 언론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가?

by At Information Technology 2011.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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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는 발 빠르게 최신 기사와 이슈가 될 만한 이야기 거리를 제공한다. 최소한 성의 있는 기사를 접하게 된다면 최근에 어떤 계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때로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제목이 붙은 기사를 접할 때도 있다. 글을 기고한 기자의 생각이 지나치게 들어가 왜곡된 사실을 보도하기도 한다. 이렇듯 언론에서 제공하는 기사는 최신 트렌드는 알기 쉬우나 무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한다면 자칫하다간 잘못 된 소식을 접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언론에서 간단한 사실만을 포함한 최신 기사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PD수첩, 추척 60분과 같은 언론에서는 어떤 사실에 대한 비판을 하기도 하며 진실을 규명하기도 한다. 시청자는 이를 통해 기사에서 접한 내용과는 다른 진실을 새로이 알게 될 때도 있으나, 역시 잘못 된 사실과 왜곡된 비판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과학 분야의 기사를 생각해보자. 과거와 현재의 언론이 다르지 않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잠시 과거를 돌이켜보자. 2004년은 그야말로 황우석 박사의 해였다. 메인뉴스에도 황우석 연구팀의 성과가 줄을 이었을 정도로 그는 톱스타가 되었다. 그 이후에는 황우석 박사와 같은 톱스타가 나오지 않았다. 과학기사를 발행하는 언론에서 과거나 지금의 차이는 이슈가 될 만한 황우석 박사와 같은 스타 과학자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일 뿐이다.



대중들에게 과학의 최신 소식을 알려줄 곳은 언론이나 매스컴뿐이다. 다른 분야에 비해 인기도 없고 IT 카테고리에 속해버린 과학 분야는 더더욱 인기 없는 분야중 하나이다. 자연스레 과학기사를 조회하는 수도 다른 분야의 기사에 비해 빈약할 것이고, 전문적으로 칼럼을 작성하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다. 기자들조차도 이런 소식이 있다고 끝낼 뿐이다. 주기적으로 기고되는 과학 분야의 칼럼을 찾아본다 해도, 기껏해야 생활과학 분야가 있을 뿐이다.

기자들이 과학기사에 대한 조회수를 높이려고 하는 것일까,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과학기사는 유독 세계 최초의, 국내 최초의 와 같은 독보적인 제목이 붙은 기사를 종종 볼 수 있다. 기사의 내용도 간단하다. 최초의 기술이 우리나라에서 개발되어 앞으로 좋은 전망이 있을 것이라고 하나같은 미래를 내다보는 기사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중들은 신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사실에 대하여 흥미롭게 여기고 만다.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그에 따른 연구비도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언론의 최근 트렌드를 이용하겠다는 듯 몇몇 과학자는 이를 철저하게 이용한다. 그리고 개발하려는 기술에 포장을 하여 세계 최초의 기술로 둔갑 후, 이를 대중에게 널리 알린다. 언론도 이익을 보나, 과학자들도 연구비에 대한 금전적인 이익을 얻게 된다. 기술을 개발하는데 연구비는 당연히 필요하나, 언론을 이용하여 연구비를 끌어 모은다는 것은 일반인이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데 정말 문제가 되는 건 바로 그 이후이다. 언론을 통해 연구비를 끌어 모은 과학자들이 기사의 내용과는 다르게 기술 개발에 실패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면 연구비가 본래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었다면? 결국에는 시간과 돈을 낭비한 셈이며 국내 과학계는 제자리걸음을 걸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5년간의 공방 끝에 진실이 규명된 나노이미지센서 거짓 사건이 대표적인 예로 있다. (출처 : 바로가기)

해당 기술은 나노이미지센서(SMPD)다. 2005년 11월 전자부품연구원은 “촛불의 10분의 1 이하 밝기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공표했다.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까지 참석한 당시 발표에 광학 관련 주식은 일제히 폭등했다. 광학시장의 판도를 일거에 뒤집을 신기술로 소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노이미지센서는 일반에 공개된 지 5년이 넘었으나 기술 자체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전자부품연구원으로부터 해당 기술을 유상으로 이전받아 양산을 준비하던 코스닥 상장사 플래닛82는 2008년 4월 상장폐지됐다. 상장폐지를 전후해 대표는 구속되고 직원 130명도 실직했다. 플래닛82의 주주 1만명가량도 금전적 손실을 당했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나노이미지센서기술을 대상으로 연구윤리진실성 검증을 실시하고 지난 1월 20일 “나노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을 뿐더러 기존의 이미지 센서와 차별성이 없고 동일한 감도를 갖고 있다”라는 결과를 내놨다. 2005년 11월 기술을 처음 공개한 지 5년여 만이다. 하지만 전자부품연구원에서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한 관계자는 “피조사자(전자부품연구원) 측에서 재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말라는 가처분 신청을 걸어둔 상태”라며 “조사 결과가 상반되기 때문에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가 결론을 내야 하는데, 그쪽도 방금 출범한 상태라 정신이 없어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5년 전 언론에서는 나노이미지센서 개발에 대하여 어떻게 보도하였을까? 해당 기사를 간단하게 보기로 하자. (출처 : 바로가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플래시 없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선명하게 찍을 수 있는 나노기술을 국내 기술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이에 따라 소니·샤프 등 일본 업체가 90% 이상 장악하고 있는 7조원 규모의 세계 이미지센서 칩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당장 연간 1조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부품연구원(원장 김춘호·KETI)은 사람의 눈으로 사물을 식별하기 어려운 0.1럭스(lux) 이하의 어두운 장소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나노 이미지센서 칩(SMPD:Single carrier Modulation Photo Detector)’을 개발하고 상용화에 들어간다고 10일 밝혔다.

1럭스는 촛불 하나의 밝기로부터 1m 떨어진 정도의 조명도로, 플래시 없이 일반 카메라나 캠코더로 촬영할 경우 사물 식별이 불가능한 밝기며 0.1럭스는 육안 식별이 불가능한 조도계의 한계 수치다.

SMPD를 개발한 KETI의 나노광전소자연구센터장인 김훈 박사(40)는 연구성과 발표를 통해 “SMPD는 양자역학을 응용해 빛 알갱이(광자) 하나로 수천 개 이상의 전자를 만들어 선명한 영상신호(정공·carrier)를 발생시키는 원리”라며 “이를 이용해 사람 눈의 망막세포와 동일한 기능을 하는 나노 이미지센서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황우석 사태 이후 버금가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던 셈이다. 황우석 연구팀의 배아 줄기 세포에 이어 나노이미지센서 또한 미래에 주목받을 수 있었던 기술이었으나 그렇지 못하였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광우병 논란, 황우석 사태, 신종 플루의 위험, 그리고 이번 나노이미지센서의 진실 규명 모두 PD수첩과 추적60분과 같은 언론이 심판을 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언론은 분명히 과학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ⅰ. 일부 과학자들의 잘못된 일이긴 하나, 언론을 이용하여 연구비를 끌어 모은 다는 것은 달리 보면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과학 기술의 발전을 마치 마트에서 파는 물건으로 여기는 모습과도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면 과학자들은 언론 없이는 과학이 없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을 마치 과시하려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 언론을 택한다. 인기가 별로 없는 과학 분야의 기자들과 일부 과학자의 손발 맞는 결합으로 ‘세계 최초의 기술’ 의 기사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셈이다.

ⅱ.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과학 기술이건 관습의 절차를 밟게 된다. 언론이 과학 기술에 대해 집중 취재한다. 대부분의 주제는 화제가 되는 소재에 대한 진실규명이다. 오로지 사실 검증만을 할 뿐이다. 때로는 나노이미지센서의 거짓과 같은 올바른 진실을 규명할 때도 있지만, 황우석 연구팀과 황우석 박사를 궁지에 몰아넣는 왜곡된 사실 규명을 할 때도 있다. 어찌되었든 결국에는 언론이 과학을 통제하려든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언론에 살고 죽는 과학계의 모습이다. 과학 저널리즘은 상당히 불안하고 위기감마저 돈다. 강국의 초석이 될 과학의 발전을 언론에서 막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도 과학은 언론에 목을 메일 수밖에 없다. 통찰력 있는 칼럼이 아닌 자극적이면서도 사실만을 논할 과학 저널리즘은 말 그대로 사실일 뿐, 그 이상을 제시하지 못한다. 언론은 과학을 가지고 마치 독재의 모습과도 같다. 과학 저널리즘 문화의 변화는 정녕 기대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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